돈 잃고 사람 버리는 주식투기
박 찬 식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날린 돈이 무려 46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거래소 시장은 지난 연말 시가총액이 357조 원이었지만 현재 251조 원으로 106조 원 감소했다. 외국자본과 기관, 대주주를 제외한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은 대략 30%선으로 추정되므로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몫은 약 31조 8000억 원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또한 올 들어 98조 원에서 53조 원으로 45조 원 감소했다. 작년 말 현재 코스닥 기업의 소액주주 보유비중이 32.2%로 공식 집계된 바 있어 개인투자자 손실 분은 14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둘을 합치면 대략 46조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 난무하는 장밋빛 전망 속에서 너도 나도 ‘대박’의 꿈을 안고 뛰어 들었던 ‘개미군단’이 증시가 폭락세로 돌변하면서 대부분 ‘깡통’만 차고 주저앉고 있는 셈이다.최근의 사태는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돈을 번다는 것이 환상에 불과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작년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자본과 기관투자가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동안에도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이익을 남기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한 신문의 경제부장은 칼럼에서 ‘개인들이 주식투자로 돈을 벌 확률은 주택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권투선수의 체급에 비춰 외국인이 헤비급이고 기관이 미들급 정도라면 개미는 잘 봐줘도 플라이급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정보력과 분석력, 자금력 등에서 그렇다. 이들이 한 링에 올라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니 승부는 보나마나다. 이겼다 하더라도 요행일 뿐이다.”는 것이다.( 7월 14일자 데스크 칼럼)10여 년간의 주식투자로 돈, 가족, 인생을 잃어버린 평범한 40대 가장 정기훈 씨는 뼈아픈 실패담을 책으로 냈다. 제목은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 마라」. 한 신문에 소개된 정씨의 경험담 일부를 여기에 소개한다.초등학교를 졸업하던 열두 살 때부터 중풍에 걸린 아버지와 어린 세 동생, 어머니를 부양하는 소년가장이었던 정씨는 타고난 근면함으로 파출소 사환, 면사무소 임시직을 거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결혼 7년만에 아파트도 한 채 장만했다. 불행의 시작은 사글세방으로 옮기고 아파트 전세금으로 받은 2,500만 원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든 것. 정씨는 몇 달 사이에 1년 치 봉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날리고, 아내 몰래 아파트를 팔고 남은 돈 3,800만 원으로 다시 주식에 투자했으나 반 년만에 잔고가 1,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정신을 차리고 아내의 용서를 얻은 후 주식에서 손을 뗐으나, 다시 700만 원으로 시작한 주식투자는 순식간에 모두 날려버렸고, 이어 여기저기 친척에게 빌린 돈, 향우회 공금, 외할머니 장례비용까지 모두 날리고 깡통계좌를 차게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형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동생이 전 재산 2,000만 원을 증권계좌에 넣어 매매를 위탁했으나 한달 만에 잔고가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그 때서야 정씨는 “일반인들은 절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깨달음과 함께 마침내 10년 간의 주식중독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아내와 딸에게 편지를 남기고 집을 나와 전단지 돌리는 일이나 벽보 붙이는 일로 하루 1만 원을 벌면서 2,000원 짜리 고시원에서 새우잠을 자고 400원 짜리 라면 두 봉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정씨의 결론은 책 제목 그대로, “일반인들은 주식에서 손을 떼라”로 모아진다. 정씨는 개인투자자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정보력에서 뒤지고, 단기 급등 종목은 몇만 주 단위로 주문하는 기관과 외국인들을 당해내지 못해 이익에 참여하기도 힘들다. 또 대개의 투자자들은 비교적 장기간 상승하는 종목을 쥐고 있어도 10~20%의 수익을 올린 뒤 바로 매도를 해 큰 이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정씨의 예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확천금의 환상을 가지고 주식시장에 뛰어든 서민들이 겪는 일반적인 경우이다. 한 증권전문 인터넷 사이트가 모집한 주식 투자 수기에는 각양각색의 실패담들로 넘치고 있다. 그 중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투자자는 “IQ가 200이상이고 신속한 정보 체계를 갖춘 사람, 그리고 어느 경우에도 이성을 잃지 않을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모두 주식시장을 떠나라”고 적고 있다.
주식시장은 결과가 뻔한 투기장이다주식이란 무엇인가? 주식은 원래 기업 수익의 일부를 배당 받을 수 있는 권리증서이다. 배당만을 위해서 주식을 소유한다면 주식은 말 그대로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배당수익을 보고서 주식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면 무엇을 보고 주식을 사는가? 시세 차익을 얻으려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은 투기가 된다.주식이 투기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주가가 심하게 변동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예금을 했을 때 받는 이자는 거의 정해져 있다. 채권 수익률도 기업의 안정성에 따라 변동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런데 배당수익은 기업의 수익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배당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기업의 수익은 미리 예상할 수도 없고, 상황에 따라 변동폭도 대단히 크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게 되면, 그 가격은 기업의 수익에 대한 예상 혹은 기대에 따라 큰 폭으로 오르내린다. 이렇게 오르내리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기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투기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주식가격은 그 회사의 실제 수익성과 무관하게 오르내린다. 조그마한 소문 하나에도 주가는 널뛰기를 한다.이처럼 누구도 확실하게 예상할 수 없는 투기적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요행을 바라고 주식시장으로 빨려든다. 그러나 내부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시장을 주도하는 대자본과 그것을 따라가는 소액투자자들 사이에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 지는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극히 일부는, 그리고 일정 기간은 소액 투자자들도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결국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벌써 100년 전에 한 경제학자는 주식시장은 대자본이 주기적으로 대중을 수탈하는 장이라고 갈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다 폭락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그 때마다 뒷북친 서민들은 가산을 탕진하고 자살까지 하는 사례가 속출하지 않았던가!
초국적 자본에 의한 경제 지배와 국부유출의 통로가 되고 있는 주식시장더구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우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변동하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 주식분석 전문가인 애널리스트들이 오전에 내놓았던 전망을 오후에 스스로 뒤집는 예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주가의 흐름을 중심으로 하는 분석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주가가 어떻게 변화할지 아는 건 주가를 움직이고 있는 세력, 즉 외국자본뿐이다. 외국자본의 주식보유비율은 작년 말 20%에서 올 7월에는 무려 30%로 급증했다. 이 외국자본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주가는 순식간에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외국자본이 주식을 사 들이면 주가가 올라가고 외국자본이 팔아 넘기면 주가는 떨어진다. 최근의 주가폭락도 외국자본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아 넘겼기 때문이다.우리는 이따금씩 특정기업이나 증권사 직원들이 주가를 조작했다고 수사대상에 오르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항상적으로 ‘조작’되고 있다. 한 두 개 기업의 주식이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가 이미 외국자본의 ‘작전’에 의해 조작되는 상황인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정보를 따라잡는다 해도 그것은 ‘식은 정보’에 불과하다. 이런 판에서 누가 돈을 벌고 누가 돈을 잃을지는 너무나 자명하다.실제로 외국자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차익을 누리고 있다. 98년에도 95%라는 세계최고의 수익률로 100억 달러(12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작년에도 7월까지만 36조 원의 평가이익을 거두었다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올 상반기에 주가가 폭락한 것은 외국자본이 이러한 엄청난 평가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 넘겼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막대한 국부를 유출하는, 다시 말해 우리 민중의 피와 땀을 가로채는 파이프라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주식시장은 이처럼 국부 유출의 통로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초국적 자본이 국내 경제를 지배하는 지렛대 구실까지 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져버리면 기업이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기업의 가치도 떨어진다. 그러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은 어떻게든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주가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외국자본의 이해와 요구에 순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작년에 한전을 분할․해외매각 하려다 노동자의 저항과 국민적인 반대여론으로 유보되자 한전의 주가는 급락했다. 1조 원 이상의 막대한 순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던 것이다. 올해 정부가 2차 금융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도 초국적 자본의 요구 때문이다. 이처럼 초국적 자본은 국내 주식시장을 장악함으로써 경제 식민지화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를 죽이고 사람까지 망가뜨리는 주식투기IMF 직후 260대까지 떨어졌던 주가지수가 2년 만에 1000대까지 오르는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작년에 주식 바람이 또 한번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모든 언론들이 일확천금의 환상을 불어넣으며 주식투기를 부추겼다. 주식에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좀 모자란 사람 취급을 당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주식 바람은 우리 노동자들에게까지도 불어닥쳤다.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피 같은 퇴직금을 주식에 쏟아부었고,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까지도 적지 않게 주식에 손을 댔다.앞서 이야기했듯이 주식은 투기다. 설사 돈을 번다고 해도 그것은 남의 호주머니를 가로챈 불로소득이다. 부동산 투기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부도덕한 것이다. 누구나 땀 흘려 일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먹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노동자의 사상이 아닌가? 우리 노동자들이 투기로 돈을 벌려고 한다면 자본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주식시장이 커지면 또한 사회적으로 노동자에 반대하고 노동자를 공격하는 힘이 강화된다. 주가가 오르려면 수익성이 높아져야 한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노동자를 더 잘 쥐어짜야 한다. 정리해고도 팍팍 시키고 노동강도도 강화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즉각 그 회사 주가는 떨어진다. 주식시장이 커지고 주식시장이 기업의 주된 자금줄이 될수록 노동자에 반하는 사회적 힘이 강화되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어떻게 노동자를 목조르는 이 주식투기 놀음에 끼어들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IMF 이후 생활이 어려워지고 미래는 더더욱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지배세력은 노동자․민중이 고통과 불안이 저항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확천금의 환상을 불어넣었다. 다물이니 기공이나 피라미드 판매니 하는 것들도 형태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다. 노동자․민중이 단결과 투쟁을 통해 세상을 바꿈으로써 현실의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마약과 같은 것이다.환상은 환상이기 때문에 오래 갈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환상이 무너지는 것과 함께 사람이 망가져 버린다는 데 있다. 주식투기를 하게 되면 하루하루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가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주가 동향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요즘에는 하루 종일 주가가 오르내리는 데 정신을 뺏앗기게 된다. 당구 배우는 사람이 천장만 보아도 당구대로 보이는 것처럼 매 순간 돈이 눈 앞에 어른거리게 되는 것이다. 마약이나 도박에 중독되듯이 주식투기에 빠져들면 주위에 빚까지 지게 된다. 이렇게 주식투기에 매몰되어 있다가 돈을 날리게 되면 몸도 마음도 망가져 버린다. 가정과 친척과 이웃과의 관계도 파괴된다. 인간적으로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든 주식투기는 노동자의 적이다. 그런데 97년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창립기금을 빼돌려 주식투기를 하는 기가 막힌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당시 책임자들은 아직까지 주식투기를 한 데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단지 보고를 하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나 돈을 잃은 것만이 문제인 듯이 처리되어 왔다. 주식투기에 대해서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변명뿐이었다. 천만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민주노총이 주식투기를 한 것이 어찌 제조업 노동자의 ‘정서’ 문제란 말인가? 지금이라도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철학에 입각한 분명한 입장과 원칙을 세우고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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