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조종 비행기처녀비행, 1978년 가을
첫 무선조종 비행기
첫 무선조종 비행기
비교적 푼돈에 무제한(!)의 노동력이 있으면 가능했던 유선조종(U/C) 모형비행기는 비행기 좋아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비행의 열정을 해소하는 최고의 분출구였다. 이 U/C 비행기는 두 가닥의 조종줄을 왼쪽 날개 속으로 연결하고 간단한 벨 크랭크 기구를 써서 승강키를 움직여 조종해서 18미터 내외의 조종줄 길이를 반지름으로 하는 반구 표면상을 자유자재로 기동하며 날 수 있는데, 물론 숙달 조종 훈련이 필요하다. 팔과 손목의 움직임을 이용하여 비행기의 피치 축만 제어하는데, 한 축만 제어하니 쉬울 것 같지만, 엔진 파워는 최고 상태로 고정해 놓고 비행하기 때문에 전혀 조절이 안 되고, 순항 고도에서 땅까지 이동(?)하는데 1초도 안 걸린다. 잠깐 방심하면 바로 견적(추락)이 나는데, 그래서 더욱 짜릿짜릿한데다가 조종줄(와이어)로부터 전해오는 엔진과 프로펠러의 진동과 비행기의 기동에 따른 원심력이 주는 ‘손맛’(낚시꾼의 그것과 유사할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추락은 늘 있는 일이기도 한데, 조각들을 주섬주섬 주워 다가 다시 붙여 수리하는 재미도 덤으로 쏠쏠하다. 이런 유선조종 비행기의 재미를 누리는 이들에게도 그 너머의 더 큰 꿈이 있었으니... 바로 무선조종(R/C) 비행기였다.
첫 무선조종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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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대학생에게는 엄청난 거금(약 2.5 개월 치 하숙비)과 내 무제한 무료봉사 인건비를 들여 조립한 비행기는 당시 R/C 입문기로 오랫동안 정평이 나 있던 Falcon 56 (Mk II)이었다. 내 첫 애기의 처녀비행에 시험비행 조종사는 같은 동아리 신문희 선배님이었는데, 이륙을 하던 애기의 그 뒤태가 얼마다 아름답던지...!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비행기가 날며 그리는 항적선은 우아하고 아름답다.어느 예술가가 이런 우아한 곡선을 거대한 하늘 화면에 그려낼 것인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연막장치가 있어야 잘 보이지만, 비행기 애호가들에게는 연막이 없어도 비행기가 하늘에 그리는 궤적이 잘 보인다. 시험비행 조종사 선배님은 하늘에서 몇 바퀴 선회를 하더니 “야! 트림도 잡을 필요가 없이 정말 잘 만들었어. 자, 이제 와서 잡아(조종 해)!”
첫 무선조종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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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교관과 학생 조종사의 조종기를 서로 통신 케이블(트레이너 코드)로 연결하여, 교관이 토글스위치로 학생에게 조종권을 넘겨주었다가 위험할 때 도로 가져오는 방식이 보편화 되었지만, 과거에는 한 대의 조종기를 학생이 먼저 잡고, 교관이 학생조종사의 등 뒤에서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뻗어 껴안은 자세로 조종간을 함께 잡고서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첫 무선조종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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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좌선회 시작한다. 먼저 에일러론 좌로 치고, 비행기가 기울면서 고도가 슬슬 내려가려고 하지? 그러면 엘리베이터를 살짝 당기는 거야. 너무 당기면 비행기가 올라가. 너무 적어. 더 당겨. 조금 더. 됐어. 거 봐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첫 무선조종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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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가락 동작에 반응해서 저 높이 하늘에서 비행기가 춤을 추다니~! 이제까지 체험해 본 것 중 최고의 재미였다. 공자님이 비행기를 만들어 조종해 보셨더라면, 아마도 논어 학이 편에 이런 구절도 들어가지 않았을까. 作而時飛之 不亦快乎(만들고 때때로 날리니, 어찌 신나지 아니한가!)
첫 무선조종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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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회를 두어 번 잘 하는 것을 본 교관 선배님은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는 오판을 하고 말았던 것이었으니, 겨드랑이에서 손을 빼고는 뒤에서 말로만 코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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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오른쪽... 조금 당기고... 아니 너무 당겼어. 좀 밀고... 참 잘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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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초심자의 행운’도 잠시, 우회전 선회 후에 날개를 수평으로 잡는다고 친 것이 또 우측 에일러론을 칠게 뭐람.(이런 실수는 초보 시절에 너나없이 늘 겪는 일이지요...) 내 손 끝에 정직하게 움직이던 그 잘 만들었던 비행기는, 내 잘못된 조종에 맞추어 수평으로 되어야 할 날개 자세가 수직으로 서 버렸다. 이렇게 되고 나니 자연법칙에 의해 자유낙하가 시작되고, 경험 없던 학생조종사의 머리는 갑자기 쥐가 나고 말았다. 뒤에서 환청처럼 교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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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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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난 머리끝에서 짜릿한 전율이 내 몸을 관통해 흘러서 발바닥 아래로 꽂히는 순간, 내 애기도 저 멀리 논바닥으로 꽂히고 말았다. 사건 시작부터 종료까지 딱 3 초! 그날 나는 추수가 끝난 논에서 1/3이 꽂힌 내 애기의 동체를 무 뽑듯이 추수했다. 날개도 반쪽은 아주 말짱했고, 동체도 쓸 만했다. 물렁한 논이어서 엔진도 멀쩡했다. 이 정도면 전치 3일이다. 그 정도 수리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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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선조종 비행기
[지금은 없어진 옛 격납고 앞 활주로에서 유선/무선 비행기와 모형항공회원들. 1979년봄.
첫 무선조종 비행기
맨 좌측 안경 쓴 이가 신문희 선배님.하늘색이 들어간 팰콘이 그 후 수리된 내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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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선조종 비행기
(한국항공우주학회에서 발간하는 잡지인 KSAS magazine에 실은 원고에서 모형비행기 부분만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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